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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 나그네 >
어느 날 구두장이와 재봉사가 여행길에서 마주쳤어요. 작고 명랑했던 재봉사는 낯을 찌푸린 구두장이를 보며 놀림 섞인 노래를 불렀지요. 구두장이가 멱살을 잡으려 하자 재봉사는 웃으면서 화해를 청했습니다. 이후 둘은 동행이 되어 도시로 향했어요. 늘 쾌활한 덕에 벌이가 좋았던 재봉사는 구두장이한테 음식을 나누어주곤 했지요. 어느 날 두 사람은 숲을 지나가기까지 각각 2일과 7일이 걸리는 갈림길에 다다랐어요. 어느 쪽이 빠른 길인지 몰랐던 두 사람은 운을 따라야 했지요. 신중했던 구두장이는 7일분의 빵을 챙겼고, 행운을 믿었던 재봉사는 이틀분만 준비했어요. 구두장이가 끙끙거리며 길을 갈 때 재봉사는 경쾌하게 걸으며 즐겼지요. 하지만 그들이 고른 것은 7일 걸리는 길이었어요. 닷새째 되는 날 굶주림을 못 견딘 재봉사가 먹을 것을 청하자 구두장이는 대가를 치러야 한다며 한쪽 눈을 요구했습니다. 재봉사는 어쩔수없이 한쪽 눈을 내줘야 했지요. 다음날 재봉사는 다시 빵을 얻기 위해 남은 눈마저 내놓아야 했어요. 7일 만에 숲을 빠져나온 뒤 구두장이는 눈먼 재봉사를 사형장에 눕혀 놓고 떠나버렸습니다. 어둠 속에서 누워 있던 재봉사가 한참 만에 정신을 차렸을 때 시체들이 하는 말이 들려왔어요. 교수대에서 떨어진 눈물로 눈을 씻으면 앞이 보인다는 것이었어요. 재봉사가 그 말대로 하자 정말로 눈이 보였지요. 그는 신에게 감사하고 죄인을 위해 기도한 뒤 도시로 갔습니다. 솜씨가 좋았던 재봉사는 궁궐에 취직하게 됐어요. 보니까 구두장이도 거기서 일하고 있었지요. 지난 일이 켕겼던 구두장이는 재봉사를 쫓아내려고 교묘한 거짓말을 꾸며서 왕에게 일러바쳤습니다. 재봉사는 왕으로부터 감당하기 힘든 과업을 받게 됐는데, 오는 길에 살려줬던 동물들의 도움으로 이를 훌륭히 해냈어요. 재봉사가 마음에 든 왕은 그를 사위로 삼았답니다. 거짓이 드러난 구두장이는 도시 밖으로 쫓겨났지요. 그가 사형장에서 잠을 청할 때 까마귀가 날아와 두 눈을 쪼는 바람에 구두장이는 장님이 되고 말았습니다.